등산

북한산 의상봉 등산

cocoluma 2026. 2. 23. 16:52

서울에서 이런 암릉이 가능하다고?

솔직히 말하면, 이 코스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반응은 그저 그랬죠. 북한산은 너무 많이 다녀서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고, 고도 500m 언저리 산이 얼마나 대단하겠냐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의상봉 능선을 다녀온 지금, 그 생각을 완전히 접었고 뭔가 새로운 등산의 묘미를 알것 같아요. 암릉이 이렇게 연속으로, 이렇게 긴장감 있게 이어지는 코스가 서울 시내에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으며, 이런 좋은 등산코스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출발 전 — 북한산성 입구에서

산행 출발점은 북한산성 입구로 내가 등산한 주말에는 공기가 차갑고 날씨도 약간 흐린 느낌이었어요. 이른 아침 주차장을 지나 들머리에 서면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너무 일찍이라 그런지 주말 오전임에도 의상능선 방면으로 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백운대나 인수봉 방면에 비해 덜 알려진 루트인 탓일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이 코스의 장점이기도 해요. 저는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한적한 산길을 조용히 오르면서 산의 아름다움을 혼자서 오로지 느끼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왁자지껄 동료들과 함께 산행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저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코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초입은 완만한 흙길과 돌계단이 번갈아 나온는데 몸을 풀기에 딱 좋은 구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발바닥에 감각이 살아나고 호흡이 자리를 잡을 즈음, 경사가 슬며시 가팔라지기 시작하는데 이 변화가 상당히 급격하다고 저는 느꼈어요. 준비 없이 오르면 의상봉 직전 구간에서 허벅지가 꽤 당길 수 있어요. 저도 등산화 끈을 한 번 더 조여 맨 것도 이 근방이었어요.

의상봉 (502m) — 능선의 문이 열리다

의상봉은 해발 502m로 숫자만 보면 낮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산의 높이란 해발고도가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상봉에서 중요한 건 정상의 위치와 사방으로 열리는 공간감이랍니다.

정상 직전, 바위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손을 짚고 발을 올려야 하는 지점이 여러 곳 나오고, 일부 구간에는 로프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요. 인공 보조물이 있다는 건 그만큼 위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초보자가 단독으로 올랐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난감해하는 경우를 꽤 봤던거 같아요.

의상봉 정상에 서면 북한산성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죠.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능선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요. 날카롭게 이어지는 바위 능선이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이 산행이 보통이 아니겠다는 감을 느꼈어요.

의상봉 → 용출봉 — 암릉의 리듬에 몸을 맡기다

의상봉을 지나면서부터가 진짜 시작이였어요. 능선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 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짧은 하강이 기다리고, 그 끝에 또 다른 오름이 시작되었어요. 이제 끝인가 하면 또 반복되었어요. 단조롭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매번 다른 각도에서 바위를 읽어야 하고, 발 디딤 위치를 새로 찾아야 해서 집중력이 계속 요구되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어요.

 

용출봉으로 향하는 구간에서 뒤를 돌아보면 의상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와요. 이 역조망이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내가 걸어온 능선이 저렇게 날카로웠구나, 싶은 그 감각. 사진을 찍으면서 늘 실망하는 구간 중 하나예요. 실제 눈으로 보는 입체감을 카메라가 다 담아내질 못해서요. 여기를 지날 때는 바위 표면 상태에 주의해야 해요. 오랜 시간 사람의 손과 발이 지나간 자리는 마모되어 보었고, 마찰력이 확연히 줄어든 구간이 여러 군데 있었어요, 특히 마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미세하게 습기가 남아 있는 바위들이 듬성듬성 보였어요. 등산화 선택이 이 코스에서 체감 난이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접지력 좋은 중등산화, 이건 권고가 아니라 필수랍니다.

용혈봉 — 바위의 색이 다르다

용혈봉을 처음 마주하면 바위의 색이 처음 눈에 띄는데 이름처럼 붉은 기운이 감도는 암석이 특징적이에요. 지질학적 배경이 어떻든 간에, 이 색감은 능선의 다른 봉우리들과 분명히 구별되죠. 오름 구간은 짧은 대신 경사가 직선적으로 펼쳐있고, 사선으로 돌아가는 길 없이 거의 수직에 가깝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구간은 다리보다 상체를 쓰는 감각이 중요하기에 팔과 코어로 몸을 고정하면서 발을 올리는 패턴이 필요한거 같아요. 아마 암릉 경험이 쌓일수록 이 감각이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정상부는 바람이 특히 강해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풍 속에서 능선 위를 서둘러 이동하다 균형을 잃으면 위험하기에 잠시 낮은 자세로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저는 기다렸던거 같아요.

증취봉 — 조망이 가장 넓게 열리는 지점

증취봉에 오르면 능선이 완만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쉬엄쉬엄 걸었던거 같아요. 실제로도 앞선 구간들에 비해 경사 변화가 부드럽지만 노출감은 줄어들지 않았죠. 양쪽으로 사면이 내려가 있고, 능선 자체가 좁기 때문에 발걸음은 여전히 신중하게 옮겨야 했어요. 조망만큼은 이 능선에서 가장 넓게 보였어요. 북쪽으로 백운대와 만경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날씨가 받쳐주면 경기 북부까지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오늘은 능선에 걸린 옅은 구름 때문에 완전히 열린 조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이 지점에서 잠시 김밥과 커피를 마시고 다시 산행을 이어갔어요. 암릉 산행은 생각보다 칼로리 소모가 크다는걸 느꼈어요. 다음에 올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에너지바나 초콜렛을 챙겨올거예요. 팔과 상체를 반복적으로 쓰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다음에는 반드시 배가 고프기 전에 미리 먹어 에너지를 챙길거예요.

부왕동암문 → 부왕사지 — 하산, 그리고 전환

증취봉 이후는 부왕동암문 방향으로 내려와요. 암문은 조선시대 북한산성의 방어 시설 중 하나로, 적이 눈치채기 어려운 위치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구조물로 이 자리에 서면 조선 사람들이 이 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느껴졌어요.

하산길은 경사가 완만해서 체감 난이도는 확실히 낮아지지만, 긴 암릉을 지나온 몸은 이미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릎 충격이 슬슬 느껴졌어요. 하산할 때 스틱을 안 쓰는 게 멋있는 게 아니라 관절을 아끼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무릎은 소중하니까요.

 

부왕사지에 들어서면 산행의 결이 완전히 바껴요. 암릉의 긴장감이 빠지고, 숲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과거 사찰이 있던 터라 지금은 건물 없이 터만 남아 있지만, 그 자리에서 풍기는 고요함이 범상치 않았어요. 암릉 위에서의 역동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같은 산 안에 이렇게 다른 두 가지 표정이 공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후 북한산성까지는 익숙한 숲길을 따라 내려와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루트의 마무리답게, 처음 올랐던 길과는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서 산행을 끝낼 수 있었어요.

서울의 암릉 산행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총 소요 시간은 휴식 포함해서 4시간 30분 정도 걸렸어요. 이동 거리는 7~8km 수준이지만, 피로감은 10km 이상의 일반 등산로를 걸었을 때와 비슷하거나 더 컸던거 같아요.

코스 난이도는 중상급으로 저는 느꼈고 암릉 경험이 없는 분들은 반드시 경험자와 동행할 것을 추천드려요. 혼자 오르는 건 가능하지만,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저도 중간에 누워버리고 싶었어요. 이 능선에서 구조 요청이 간간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다고 누군가 이야기해주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것 같았어요.

등산 시 빠지면 안 되는 준비물 세 가지를 꼽으라면, 마찰력 좋은 중등산화, 장갑, 방풍 재킷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장갑은 암릉을 손으로 짚을 때 손바닥 보호에 필수예요. 능선 위 바람은 계절 불문 예상보다 강하게 불기 때문에 등산복도 잘 챙겨입어야 해요.

계절별로 주의사항도 다른데 여름에는 암릉이 열을 받아 복사열이 심해지고 탈수 위험이 크고, 가을에는 낙엽이 바위를 덮어 미끄러움이 배가되죠. 겨울에는 아이젠 없이 오르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봐요. 능숙한 등산인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장기간 암릉이 즐비한 이런 곳을 등산해야 한다면 아이젠이 꼭 필요 하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서울에서 이런 암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다음에는 일출 산행으로 다시 올 계획이에요. 능선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한 번쯤 눈에 담고 싶네요. 새벽에 헤드랜턴 켜고 오르는 과정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의상능선이라면 그 수고를 해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북한산에서 뭔가 새로운 걸 찾는다면, 의상봉 능선이 그 답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